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지난 11월 13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방역지침 준수 명령 위반으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마스크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내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미세먼지까지 심해지면서 KF80이나 KF94 마스크를 박스째 사가는 손님들이 늘었다. 올해 3월 마스크 대란을 경험해서 그런지 대부분 낱개보다는 대용량으로 구매해간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마스크 수요가 늘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크도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KF 마스크부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일반 면 마스크, 필터 마스크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관련 제품의 성분 문제가 불거지는 일도 잦아졌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1월 5일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크 13종 가운데 의약외품 3종과 공산품 마스크 8종에서 독성물질인 형광 증백제가 검출됐다고 보도한 데 이어, 같은 달 9일 마스크에 쓰이는 일부 나노필터에서 발암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노필터 마스크 17개 제품 조사 결과 14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건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또는 디메틸아세트아미드(DMAc)라는 물질이다. 부직포 마스크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유기용제로 나노필터를 만들 때 원재료를 녹이는데 사용된다.
DMF는 과거 어린이 장난감 ‘스퀴시’ 일부 제품에서도 성분이 검출되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DMF는 직접 노출 시 눈, 코, 인후, 피부 자극과 함께 현기증, 수면장애, 구토까지 유발할 수 있는 간독성 물질로 알려지고 있다.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직접 유입되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번에는 마스크에서 제조 후 유해성분이 날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발견돼 생식 독성, 간 손상, 발암성 등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서둘러 마스크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방한용 부직포 마스크의 유해물질 기준치를 신설하고 보건용 마스크와 부직포 마스크의 혼동을 막기 위해 방한대 예비안전기준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금까지 기준치가 없었던 DMF, DMAc의 기준치가 만들어졌지만, 이미 마스크 공급이 과잉으로 넘어선 데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된 시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 마스크... KF 마스크는 ‘MB필터’ 장착
문제가 된 물질이 발견된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하는 의약외품이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허가하는 방한대 종류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 완제품은 소관 부처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 ‘의약외품’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하는 ‘공산품’으로 나뉜다.
의약외품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라 미세입자나 비말 등 유해물질 차단 성능과 안전성이 입증돼 식약처에서 허가한 제품으로 그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흔히 KF 마스크로 알고 있는 미세먼지 차단 용도의 ‘보건용’, 진료나 치료 또는 수술 시 감염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수술용’, 일상생활에서 비말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말차단용’이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침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KF 마스크보다 가벼운 소재로 여름에 주로 사용하며 KF-AD(Anti-Droplet)로 표시된다.
보건용 마스크는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 차단율을 나타내는 KF 등급에 따라 KF80, KF94, KF99로 표시된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어로 보건용 마스크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분진 포집 효율 시험 결과 KF80은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평균 80% 이상,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걸러낼 수 있다.
의약외품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성능은 KF94>KF80>KF-AD>수술용 순이다. KF 숫자가 커질수록 미세입자 차단율은 올라가지만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으므로 기저질환이나 연령에 따라 조절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일반 마스크와 KF 마스크의 가장 큰 차이는 ‘MB필터’ 사용 여부에 있다. MB필터는 다른 말로 멜트브로운 필터로 마스크 제조과정에서 필터 원단에 고전압으로 정전기를 입히는 후공정을 통해 미세먼지를 끌어당겨 걸러주는 성질을 장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전기 원리가 들어간 필터다. 의료용과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라고 할 수 있다.
KF 마스크의 단면을 잘라 보면 이 MB필터가 들어가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보통 4중 구조로 이뤄진 마스크의 경우 ‘외피-1차필터-정전필터-내피’ 순으로 이뤄져 있고, 3중 구조라면 ‘1차필터’가 빠져 있다. 1차 필터는 프리필터로도 불린다. 다소 딱딱한 소재로 입자가 큰 먼지를 1차적으로 막아주는 동시에 마스크 모양을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1차 필터 여부에 따라 마스크 두께감에 차이가 난다.
MB필터는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관련 제품을 다량 보관 시에는 지퍼백을 제대로 닫고 가능한 빨리 사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입김 등으로 필터가 수분을 머금게 되면 필터 포집기능과 방어기능 떨어지는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스크 표면에 묻어있을 경우 재사용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마스크 뒷면의 성분 표기를 살펴보면, 대체로 안감, 겉감, 필터에 대해 ‘부직포’로만 표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혹 KF 마스크 제품에서 겉감 PP, 안감 폴리에틸렌(PE) 및 폴리에스테르 부직포, 필터 부직포, 머리끈 폴리우레탄 및 나일론, 코편 알루미늄, 연결고리 폴리옥시메틸렌 등으로 자세히 표기돼 있는 경우도 있다.
마스크 성분으로 표기된 PP, PE는 생활 속에서 병, 장난감, 비닐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들이다. 폴리에스테르는 옷이나 침구, 가방 등에 활용되는 합성섬유, 폴리우레탄은 탄성이 강해 단열재부터 수영복까지 용도가 광범위한 열가소성 고분자 화합물이다. 성분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마스크 하나에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 산업부서 관리하는 면마스크... 교체형 마스크 필터는 사각지대에
의약외품과 달리 미세먼지나 유해물질 차단 등의 기능이 없는 공산품 마스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일반 면마스크,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를 ‘방한대’ 품목으로 분류하고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체용 마스크 필터 사용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보건용 마스크 수급의 어려움과 장기간 마스크 사용 시 피부 트러블을 겪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인기를 얻은 신종 소비 제품이다. 면이나 천마스크 등에 부착하거나 끼워서 사용하는 마스크 필터는 미리 재단돼 있는 ‘재단형’과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에 맞게 직접 잘라서 사용하는 ‘롤형(벌크)’이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교체용 마스크 필터는 성상, 색소, 산 또는 알칼리, 형광증백제, 회분, 포름알데히드, 강도, 액체저항성, 세균여과효율 등에 대한 품질기준이 정해져 있다.
다만 품질기준은 규정돼 있지만 제품 판매 시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인증 받아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허점이 있다. 교체형 마스크가 약사법에 따른 ‘의약외품’이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에 따른 ‘안전관리대상생활용품’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관리 품목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소관부처가 불분명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교체형 마스크 필터 제품 대부분이 성능을 허위·과장하고 있고 품질도 미흡하다는 사실이 최근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판매되는 상위 100개 교체용 마스크 필터의 안전실태를 공동 조사한 결과, 68개가 성능 및 품질을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과장 광고 내용은 ‘바이러스 차단’, ‘미세먼지 차단’, ‘KF등급 표기’, ‘비말차단’ 등 의약외품 마스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약사법에 따르면 공산품 마스크나 교체용 마스크 필터를 의약외품 마스크로 오인할 수 있는 효능이나 효과를 광고해 판매할 수 없다.
심지어 광고 내용과 달리 실제 성능 및 품질도 미흡했다. 해당 68개 제품 중 보건용 마스크인 KF 제품과 같은 효능·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10개 제품을 시험검사한 결과, 7개 제품은 공기를 들이마실 때 필터가 작은 입자를 걸러주는 비율인 ‘분진포집효율’이 보건용 마스크의 최소 등급인 KF80보다 낮았고 그 중 1개 제품은 해당 성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진포집효율이 80% 이상인 나머지 3개 중 1개 제품은 ‘KF94’로 표기돼 있었으나 실제 성능은 평균 81%에 불과했다. 10개 중 1개 제품은 교체용 마스크 필터의 품질기준인 ‘액체저항성’ 기능도 적합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제품의 성능·품질이 미흡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관련 업체에 제품의 표시 및 광고에 대한 개선 조치를 권고했으며 식약처에 교체용 마스크 필터의 소관부처 지정 및 관리방안 마련과 표시·광고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는 사용 목적에 따라서 보건용과 공산품으로 별도 관리되고 있으며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보건용 마스크 교체형 필터는 기준 규격을 마련해 이미 관리되고 있다”면서 “공산품 마스크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마스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관리를 식약처와 산업부가 이원화 해 관리함으로써 관리가 되지 않는 제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식약처가 교체용 폴리프로필렌 필터 부직포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있기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교체용 필터 관리에 따로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일반 면 마스크에서 필터 교체용 제품이 많은 만큼 관련 법규가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마스크 관리 부처가 이원화 돼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코로나 장기화로 면 마스크 교체형 필터 사용이 앞으로 더 늘어날텐데 소비자의 안전과 판매자의 명확한 판매를 위해서라도 소비자 안전을 담보하는 부처들끼리의 구체적인 협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http://www.greenpostkorea.co.kr)